과거의 전세금 분쟁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개인적인 채무 갈등’으로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 사기나 역전세 현상은 특정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의 경제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이는 전세 제도가 한국 주거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고리가 끊어질 경우 발생하는 피해가 사회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전세보증금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을 넘어 왜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스템적 위기’가 되었는지 그 구조적 이유를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1. ‘주거 사다리’의 붕괴와 세대 간 자산 이전의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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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제도는 오랫동안 서민들이 월세 지출을 아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가장 강력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이 사다리가 완전히 부러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조적 파장: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전세보증금은 그들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이자, 미래의 자가 마련을 위한 기초 자본입니다. 이 자본이 공중분해 되면 청년 세대의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결혼 포기와 저출산 가속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결국 개인의 자산 손실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2. 공적 보증 시스템의 과부하와 국민 혈세 투입
전세보증금 문제는 더 이상 개인 간의 돈 거래로 끝나지 않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같은 공적 기관들이 대규모 대위변제(대신 갚아줌)를 수행하며 재정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임대인이 갚지 못한 돈을 공기업이 대신 갚아주고, 그 적자 폭을 국가 예산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사실상 국민 전체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즉, 사적 계약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공적 영역으로 전이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비용을 나누어 분담해야 하는 ‘비용의 사회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관리는 금융위원회의 핵심 과제가 되었습니다.
3. 금융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 위협 (시스템적 리스크)
전세보증금은 약 1,00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사적 부채’ 시장입니다. 이 거대한 자금 흐름이 막히면 전세 대출을 실행해준 은행권의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됩니다. 보증금 미반환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주택 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지고, 이는 전체 부동산 가격 폭락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시스템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구조적 전이: 부동산 가치 하락이 다시 전세금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는 서민 경제의 근간을 흔듭니다. 정부가 전세 사기 특별법을 제정하고 긴급 지원책을 내놓는 이유는, 이 문제가 방치될 경우 주택 시장과 금융 시장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거시적인 가계 부채 현황은 한국은행의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전세보증금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주거라는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경제적 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는 개인에게 “조심해서 계약하라”고 당부하는 수준을 넘어, 임대인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적 계약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보완이 필수적입니다.
전세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인정하고 이를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전세보증금 문제를 개인의 비극이 아닌 사회적 안정의 토대로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