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하다는 말이 많을까

전입신고만 잘하면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전세보증금이 최근 들어 가장 위험한 자산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나갈 때 다음 세입자 구해서 돈 받아 가라”는 임대인의 말이 당연하게 통용되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단순히 일부 악성 임대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세라는 제도가 가진 구조적 결함이 부동산 경기 하락과 맞물리며 폭발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전세보증금이 왜 이토록 불안한 존재가 되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구조적 이유를 정리해 드립니다.

1. ‘다음 세입자’가 없으면 무너지는 돌려막기 구조

전세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금고에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임대인은 받은 보증금을 다른 집을 사는 데 투자하거나 기존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합니다. 즉, 전세 시스템은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종의 돌려막기(폰지 사기적 구조)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전세 가격이 하락하자, 이 연쇄 고리가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이전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임대인이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성실성과 무관하게 시장 환경에 따라 언제든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2. 집값 하락을 방어할 ‘안전마진’의 소멸

과거에는 집값이 전세가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전세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80~90%를 상회하는 ‘깡통전세’ 매물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매매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추월하게 되며, 이 경우 임대인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갚지 못하는 상태에 빠집니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 주택처럼 시세 파악이 불투명한 매물은 담보 가치가 과부풀려진 채 전세 계약이 맺어지는 경우가 많아 불안을 부추깁니다. 시장의 객관적인 시세 흐름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보증보험에 의존한 리스크 관리의 역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도입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가 역설적으로 시장의 리스크를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임차인과 은행은 “보증보험이 있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에 임대인의 신용이나 매물의 안전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계약과 대출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쌓여 보증 사고가 속출하자, 보증 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적자가 심화되고 보증 가입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가입 가능했던 집들이 이제는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곧 해당 매물의 전세 기피 현상과 보증금 하락으로 이어져 기존 세입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구조적 악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전세금은 ‘투자 상품’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이 불안한 이유는 그것이 더 이상 ‘안전하게 맡겨둔 예금’이 아니라, 부동산 경기와 임대인의 자금 사정에 운명을 같이 하는 ‘고위험 무보증 채권’처럼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인지하는 것이 내 자산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계약 전 반드시 해당 지역의 전세가율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상의 선순위 채권을 꼼꼼히 분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세라는 주거 방식이 주는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이 구조적 위험을 직시할 때, 비로소 안전한 거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